중소벤처기업 지원으로 운영되는 대학 창업보육센터(BI)가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에 적게는 3%에서 최대 10% 지분에 해당하는 성공부담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들은 보육료 명분을 앞세웠지만 기업들은 제공받는 서비스 대비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기부가 1998년부터 BI 사업을 운영하면서 턱없이 적은 예산을 배정하는 등 부실한 관리가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연세대 창업지원단은 3년 이내 (예비)창업기업 47개 팀에게 30~58㎡ 크기의 업무공간을 월 50만~70만원에 유상으로 임대하고 최대 3~5년 동안 창업교육과 투자연계, 소액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대신 성공부담금이라는 이름으로 액면가 200만원어치의 주식을 기부받고 있는데 자본금 2000만원의 이하 기업일 경우 지분의 최대 10%까지 받고 있다.

서강대는 입주 240일 후 성공부담금을 받는데 연세대처럼 액면가 200만원어치 지분이고 최대 5%까지 받고 있다. 성균관대와 한양대는 자본금 규모와 무관하게 각각 3%, 5%의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주로 업무공간을 유상으로 임대해주고 시설 이용, 창업교육 등을 지원한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중기부에 따르면 이들 대학은 정부가 지정해 지원하는 BI다. 중기부의 BI 사업은 1998년 시작됐는데, 대학은 약 20년간 입주기업들로부터 지분을 기부받아온 셈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졸업 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한 사례도 다수”라고 말했다.

업계는 멘토링과 소액투자를 지원하는 대가로 주식 기부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3~5%면 공동창업자 지분과 비슷하다. 유니콘 기업도 대표 지분이 4%에 불과하고 실리콘밸리에서도 고급자문 대가로 받는 지분이 0.5%가량”이라며 “3~10% 지분이면 경영 참여에 준하는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지분을 대량으로 넘겨도 좋을 만큼 큰 지원을 받거나 자신의 뜻에 따라 지분을 나누는 것이라면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시설 지원이나 멘토링 행사 주최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주식 기부 역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액셀러레이터(AC) 업계 관계자는 “BI가 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투자 유치에도 매우 불리하다. 또 학교가 돈을 들여서 신주를 사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의 구주를 가져오는 사적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을 텐데, 기업이 입주하는데 창업자 개인 지분을 받아오는 건 구조적으로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중기부의 BI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보육료 명분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중기부는 올해 전국 대학을 포함해 총 262개 BI를 지정했고, 평가를 통해 191개소에 운영비를, 7개소에 리모델링을 지원했다. 총 121억6000만원 규모다.

운영비는 평가를 통해 차등 지급되는데, 대학 관계자들은 최고 등급을 받아도 연간 지원금이 50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S등급을 받아도 지원금은 4900만원에 불과하다. 평균 4000만원가량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학에는 BI별로 전담 매니저가 1~2명 있는데 인건비에도 부족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BI 지원금은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와 같은 이유로 예산이 줄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BI의 자립을 유도하기 위해 운영비를 줄이고 지원사업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입주기업에 지분을 요구하더라도 실제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고, 투자금 회수로 학교가 수익을 냈다면 일종의 선순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중기부의 부실 관리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대학 BI의 창업 지원이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건 중기부가 더 잘 알 것”이라며 “부실한 창업지원 위에는 중기부의 부실 관리가 있다. BI 사업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